– 카르멘 오페라 (6)

지반공학회지 2011.4월에 기고한 글입니다

백설희 선생님의 ‘카르멘 야곡’과 오페라 ‘카르멘’

집시(Gipsy)란 말을 들으면 금세 집시 여성, 열정과 사랑, 플라멩코 댄스가 떠오른다.
음악에 좀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사라사테의 「치고이넬바이젠」이나 오페라 「카르멘」을 떠올리며 낭만적인 감상에 젖는다.
그러나, 집시의 역사는 그다지 낭만적이지 않다.
인도의 아랍계 유랑민족인 집시는 유럽 전역으로 퍼져 유랑생활을 하면서 음악과 춤 엔터테이너로 손금과 카드점 등의 점술로 생계를 유지했다.
함께 박해를 받았지만 정착해 경제력이 풍부한 유대인들보다 집시는 최하층민으로 푸대접을 받으며 생활했던 것이다.
프랑스 작가 프로스페르 메리메는 스페인을 방문해 사형수 돈 호세의 교수형 하루 전날 그의 인생 이야기를 실제로 듣고 쓴 논픽션 같은 소설 <카르멘>을 발표해 집시 여인의 운명적 삶을 형상화 하고, 프랑스의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 1838~1875)가 대본가인 알레멘과 함께 완성해가는 야크 메제. 드라마틱하고 탄탄한 대본과 함께 무대 위 스페인과 식민지였던 쿠바의 선율에 프랑스 음악이 어우러진 관현악은 매우 화려하고 화려한 정열을 보여준다.

<로베르토 알라냐(호세)와 에리나 갈란차(카르멘) – MET>

무대는 1830년대 스페인의 세비야다.
북부 바스크 출신의 돈 호세 하사는 담배공장에서 일하다 쉬는 시간에 공장 밖에서 <하바넬라>를 부르는 카르멘에 첫눈에 반해 버린다.
그는 사고를 낸 카르멘 대신 한 달간 영창을 운영하며 상관과 카르멘을 뺏겠다고 다투다 결국 탈영해 카르멘 밀수조에 합류하게 된다.
그러나 카르멘의 사랑은 스페인 최고의 투우사인 에스카미요로 옮겨가 세비야 투우장에서 투우가 벌어지는 가운데 호세는 카르멘에게 사랑을 청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사랑은 에스카미요라고 고백하자, 호세는 카르멘의 가슴에 칼을 꽂고 피를 흘리는 카르멘을 안고 통곡한다.

오페라가 진행되는 동안 전주곡 코다 부분의 선율이 반복된다.
첫 번째는 카르멘과 호세가 처음 마주하는 장면이고, 다음은 호세가 카르멘에 대한 사랑의 <꽃노래>를 부르기 전, 카르멘이 카드로 자신의 운명을 점칠 때, 특히 호세가 카르멘에게 검을 꽂기 전에는 강력한 오케스트라에서 6번을 동일한 선율이 흘러나와 두 사람의 운명적인 결속을 말해준다.
한마디로 작곡자 비제는 호세와 카르멘의 만남과 사랑, 배신과 카르멘의 죽음은 모두 운명적으로 주어져 있었다고 말한다.
집시들은 자신이 타고난 운명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비제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는 카르멘은 호세의 검을 피하지 않은 채 나는 자유롭게 태어나 자유롭게 죽을 거야!
라고 외치며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옛 노래 중에는 백설희 선생님의 카르멘 야곡이 있다.
우리 옛 가요에도 이런 영향을 미친 것을 보면 역시 최고 인기 있는 오페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대중과 백설공주 선생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다.
“술잔에 어렴풋이 호세의 얼굴, 그 품에 안겼으니 끝이 없지. 당신만을 사랑했다 2절의 중간 부분이다.
우리는 카르멘이 호세만을 사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오페라를 보면 금방 알 수 있지만 카르멘이 호세를 사랑한 기간은 얼마나 될까. 두 사람의 첫 만남에서 카르멘이 투우사 에스까미요를 만나 사랑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까지의 기간은 한 달에 불과하니 그녀를 여자 돈 주앙 정도로 여겨도 좋을 것 같다.
반면 원작의 내용은 오페라와 사뭇 다르다.
메리메 원작에서는 호세가 카르멘의 전 남편, 카르멘 등 4명을 살해하는 흉악범으로, 카르멘과 결혼까지 하면서 카르멘은 눈물도 흘리는 등 비교적 여성적으로 표현된다.
반면 오페라에서는 호세가 카르멘의 격렬한 사랑에 희생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주요곡으로는 1막 <하바넬라 Habanera>는 쿠바의 댄스곡으로 카르멘이 호세를 유혹하기 위해 부른 아리아이며, 투우사 에스카미요의 <투우사 노래 Roreador Song>, 호세의 <꽃 노래 Flower Song> 및 <보헤미안 춤 Dance Boheme>와 함께 유명한 곡이다.

현대에도 집시는 멸시와 푸대접을 받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영화배우 율 브리너, 오래 전 섹시우먼의 대명사이자 영화에서 카르멘 역을 맡았던 리타 헤이워드, 밥 호킨스, 엘비스 프레슬리도 집시 혈통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집시라는 비속적인 용어는 그만둬야 할까. 우리는 이제 흑인을 ‘니그로 Negro’라고 하지 않아. 적어도 ‘Black Man’이라고 하지 않아? 집시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는 ‘로마 Roma’라는 정식 명칭이 있다.
이제 그들을 ‘로마’라고 부르도록 하자.

<추천 영상>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MET), 호세 카레라스와 아그네스 발차 콤비보다 좋은 것은 없다.